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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인 예술리뷰 (영화, 영상)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영화 '500일의 썸머'

by 짐밍아웃13 2023.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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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가 끝나고 가을이 오는 영화 '500일의 썸머'

영화 '500일의 썸머'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남자 '톰'이 모든 것이 특별한 여자 '썸머'와 사랑에 빠져 500일간 사랑을 나누는 내용을 바탕으로 그려진 영화입니다.

영화 500일의 썸머 포스터

'500일의 썸머'라는 영화를 최소 다섯 번은 본 것 같습니다. 처음에 봤을 땐 여자 '썸머'가 못된 사람 같았고, 두 번째 봤을 땐 남자 '톰'이 바보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세 번째 봤을 땐 남자 '톰이 못된 사람 같았습니다. 그런데 네 번, 다섯 번째 보니 둘은 어렸고 미숙했고 인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관점 자체가 '톰'의 관점으로 영화를 풀어가기 때문에 영화를 처음 본다면 여자 '썸머'가 굉장히 나쁘고 못된 사람처럼 보이는데, 영화를 두 번 보면 여자인 '썸머'의 입장에서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넓은 눈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영화의 감독 자체도 처음 시작부터 누군가를 저격하며 영화를 시작합니다. 영화가 시작 전 텍스트가 올라옵니다. 내용은 "이 영화는 허구이며 누군가가 연상된다면 이는 순전히 우연일 뿐이다. 특히 너! 제니 벡맨! 나쁜 여자!"라는 글씨입니다. 감독은 영화 '500일의 썸머'가 흥행기록을 세우자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초반에 언급된 이름 '제니 백맨'이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감독은 "전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영화의 인기가 높아지자 결국 '제니 백맨'은 실존하는 인물임을 인정하게 됩니다. '제니백맨'은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인 '스콧'의 '썸머'였던 셈이었습니다. 고로 이 영화가 실화임이 밝혀지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영화를 처음 본 관객들은 '썸머'가 정말 못되고 나쁜 여자라면서 울분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남자주인공인 '톰' 역할을 맡은 조셉고든레빗에게 '썸머는 진짜 못된 여자예요! 용서할 수 없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조셉고든레빗'은 영화를 다시 한번 보라며 잘못한 건 거의 '톰'의 탓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톰'은 '썸머'의 생각을 자기만의 기준으로 넘겨짚고 행동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습니다. 영화 '500일의썸머'는 단순한 마음으로 보면 작가의 의도대로 '썸머'가 나쁜 여자가 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톰'이 어리석고 생각이 어린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여름(summer)이 가고 가을(autumn)이 오는 것처럼 '톰'의 인생에도 썸머는 그렇게 지나갑니다. 썸머와 함께했던 500일도 그렇게 흘러갑니다.

썸머의 시선

영화 '500일의 썸머'는 제목에서부터 '썸머'라는 인물이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썸머'라는 여자의 정보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톰'의 입장에서 본 '썸머'에 대해서만 나옵니다. 그것도 겉핥기식의 '썸머'만이 나옵니다. 그만큼 500일간 썸머와 사랑을 했음에도 '톰'은 '썸머'라는 개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게 밝혀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좋아한다면 그 사람이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걸 싫어하는지, 어떤 기분인지, 관심사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가고 싶기 마련인데, 영화 속에서 나오는 '톰'은 자신이 '썸머'를 사랑하는 마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썸머를 사랑하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 '썸머에게 사랑에 빠진 자신의 감정'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가 실화라고 했으니 실제 '썸머'인 시나리오 작가와 500일을 함께한 '제니 백맨'의 관점에서 영화를 다시 만들어줬으면 하는 개인적은 소견을 외쳐봅니다. 

결국 썸머가 결혼한 남자는?

썸머와 톰은 서로 많이 좋아하고 사랑했지만 결국 썸머가 결혼한 남자는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물어준 남자였습니다. 즉,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준 사람과 결혼을 했습니다. 썸머는 항상 톰의 취향을 존중했지만, 톰은 썸머의 취향을 비웃었습니다. 물론 톰은 그럴 의도는 없었을 것입니다. 미숙하던 시절을 표현했기 때문이었을까요? 톰은 썸머의 의견이나 감정들을 여러번 무시하거나 멋대로 해석하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톰은 썸머가 초대한 파티에 참석을 합니다. 이 날을 위해 톰은 썸머에게 선물을 건네어줍니다. 선물은 건축관련 책이였습니다. 건축 관련 책을 썸머가 좋아했을까요? 톰이 건넨 선물은 '썸머'의 관심분야가 아닌 '톰' 자신의 관심분야인 책을 선물했습니다. 만약 이때 건축관련 책이 아닌 '썸머'가 그토록 좋아한 비틀즈 멤버인 '링고스타'에 관한 책이었다면 이렇게 헤어지진 않지 않았을까 짧게나마 생각해봅니다. 그도 그럴것이 결국 세월이 흘러 '썸머'가 결혼한 남자는 썸머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준 남자였기 때문입니다.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썸머'는 언제나 톰에게 다정했습니다.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지도 않았습니다. 썸머는 상대방의 가치관을 정확하게 알았음에도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자신은 남자와 결혼을 할 생각도 없고, 사랑은 환상일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이런 상황 때문에 '톰'이 서운한 행동이나 관심 없는 선물을 자신에게 줄 때도 '사랑의 마음으로 다 이해할 수 있어'라는 지극히 평범한 다짐조차 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썸머'에게 필요했던 남자는 '톰'이 아니였습니다. 그저 말하지 않아도 '썸머'의 상처를 말없이 보듬어 줄 수 있는 배려있는 남자는 아니였을까 생각해 봅니다. 처음 만났을 때 '썸머' 자신이 읽고 있던 책의 제목을 물어본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니였을까요? 말하지 않았지만 '썸머'에겐 관심과 위로가 필요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관점으로 바라볼 때 모든 것은 크게 뒤틀리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연인관계이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이든지 말이죠. 내 관점을 버리고 '상대' 그 자체로 존중해 주고 관심 가져줄 때 서로의 관계가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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