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되면 생각나는 영화 '러브레터'
한국이란 나라에 일본 문화가 개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를 겪었던 한일전쟁의 폐해 때문인지 한국은 일본문화를 늦게 개방했습니다. 여기서 문화라는 것은 영화, 음악, 책 등 모든 문화 관련 콘텐츠들을 일컫습니다. 1965년에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던 이후에도 계속 막아온 것이 바로 '일본 대중문화'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에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하던 해는 1998년 10월입니다. 당시 한국의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대통령은 "한국은 일본 문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라고 이야기하며 일본문화의 전격 개방을 발표합니다. 필자도 그 시기에 일본의 대중음악과 영화, 추리소설 등을 많이 접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국민들이 우려했던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오히려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발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에도 음지에선 이미 암암리에 일본 음악, 애니메이션, 영화 등이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또한,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에는 일본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나 일본 대중가요를 표절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본 문화가 개방된 이후 암암리에 거래되는 불법 거래들이 많이 줄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도 일본문화가 개방되기 시작할 무렵인 1999년에 개봉한 영화 '러브레터'입니다.
일본문화 개방과 함께 들어온 영화
영화 '러브레터'는 일본에선 이미 1995년에 개봉한 영화로 한국 개봉당시 굉장한 흥행과 함께 긍정적인 영향력을 선사한 영화가 되겠습니다.
한국에서 두번째로 개봉한 '일본 영화'가 바로 '러브레터'입니다. 하얀 설원과 눈 내리는 배경을 바탕으로 옛사랑에 대한 아련함과 일본 특유의 서정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영화 '러브레터'에서의 못 이룬 첫사랑에 대한 애틋함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만 해도 '일본영화'라고 하면 사무라이가 등장하는 고전영화나 애니메이션 영화만 생각했었는데, 영화 '러브레터'로 인해서 '일본영화는 이렇게 애틋하구나' 하는 긍정적인 사상도 생겨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 '러브레터' 이후에 비슷한 감성을 지닌 일본 영화로는 '4월 이야기', '철도원', '비밀'과 같은 영화들이 한국에서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일본 영화의 첫인상을 '러브레터'로 가지고 있어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옛 연인을 잊지 못하는 여인 '히로코'
오래전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흐린 해진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의 도입부는 아름다운 설원의 풍경에서 한 여인 '와타나베 히로코'의 등장으로 시작합니다. 바로 '후지이 이츠키'의 2주년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함이었죠. '이츠키'는 '히로코'의 연인이었습니다. 하지만 '히로코'는 여전히 '이츠키'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츠키'의 졸업앨범을 보게 되고, '이츠키'의 옛 주소를 발견하고 그곳에 편지를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연인이었던 '이츠키'는 이미 죽었고, 옛 주소의 집도 이미 재개발이 되어서 길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미 죽은 연인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설정 자체가 옛 연인을 많이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받을 수 없는 편지를 쓰는 셈이니까요. 아마 천국으로 편지를 보낸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지 고뇌해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놀라운 일이 생겨납니다. 왜냐하면 편지에 대한 '답장'이 왔기 때문입니다. 편지내용은 '히로코 님, 저도 잘 지내요. 그런데 감기 기운이 좀 있습니다. 후지이 이츠키가 보냄' 이였습니다. '히로코'는 현재의 연인 '아키바'에게 이 사실을 알립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확인을 위해 그 주소지로 찾아가 보자고 합니다. 아쉽게도 그곳에 살고 있는 여자 '이츠키'를 만나진 못합니다. 하지만 우연히 스쳐 지나간 자신과 닮은 여자가 생각이 났고, 그녀가 여자 '이츠키'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집에 와서 졸업앨범을 찾아본 '히로코'는 누가 봐도 자신과 닮은 여자를 보게 됩니다. 그 이름은 '이츠키'입니다. '여자 이츠키'였습니다. 지금은 죽은 옛 연인 남자 '이츠키'가 과거에 자신에게 했던 말을 생각해 봅니다. "첫눈에 반했어. 사귀자"라고 말한 옛 연인 '이츠키'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여자 '이츠키'와 닮았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버립니다. 배경은 과거의 여자 이츠키와 남자 이츠키의 학창 시절의 이야기, 현재의 여자 이츠키와 히로코의 이야기로 나옵니다.
오겡끼데스까? (잘 지내고 있습니까?)
영화를 보면 여자 '이츠키'의 편지를 통해서 남자 '이츠키'가 자신에게 해줬던 마지막 메시지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이제 그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새하얀 설원을 보며 이츠키를 보내고 마음까지도 하얗게 비우려 다짐을 하는 '히로코'입니다. 그런 다짐을 한 그녀 '히로코'는 설원에 대고 크게 외칩니다. "오겡끼데스까? 겡끼데스~ 와타시와 겡끼데스" 일본어로 쓰자면 "お元気ですか? 元気です. 私は元気です"입니다. 워낙에 유명한 장면이죠. '히로코'가 옛 연인이었던 '이츠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처음 편지에 썼던 내용과 같습니다. 세상에 없는 그에게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나 자신 '히로코'가 아직 당신 '이츠키'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포효하듯 외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마치 당신 '이츠키'도 나 '히로코'를 그리워하고 있냐고 묻는 듯 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짧고 형식적인 안부 인사에 마지막 진심의 마음을 모두 담아낸듯한 '히로코'의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본 영화 '러브레터'는 여전히 아련하면서도 아름답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모두 첫사랑은 아련한 마음이잖아요.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더 아름다운 것처럼 영화 '러브레터'도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영화관에서 5번째 재개봉한 영화
이 블로그에 영화 리뷰와 견해를 쓸 때면 한번씩 하게 되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그 시절에 영화를 볼 땐 그러했지만, 지금 다시 보니 이렇다. 시간이 지난 후 영화를 다시 봐야 하는 것 같다"라는 문구를 종종 씁니다. 오늘 언급한 영화 '러브레터'로 잊힐만하면 다시 재개봉을 하더니, 어느새 다섯 번이나 재개봉을 한 어마어마한 영화입니다. 물론 한국에서의 재개봉만 언급한 것입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1999년 한국 영화관에서 정식 개봉을 한 이후 2013년, 2016년, 2017년, 2019년, 2020년까지 이렇게 잊힐만하면 재개봉을 해줘서 우리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게 해주는 영화임은 틀림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영화 '러브레터'를 촬영한 지역이 일본의 '홋카이도' 지역인데, 이 영화 이후로 한국에선 '홋카이도'를 찾는 관광객이 급수적으로 늘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 정도로 영화 '러브레터'는 당시 굉장히 영향력 있는 영화였음을 보여줍니다. 이상으로 영화 '러브레터'에 대한 견해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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